[뉴질랜드 웨딩 준비 시리즈 1편] 로망과 현실 사이: 웨딩의 첫걸음
안녕하세요 뉴질랜드 웨딩 사진 작가 시온필름 입니다.
뉴질랜드에서의 결혼식.
푸른 포도밭이 펼쳐진 와이너리, 눈부신 바다가 보이는 절벽, 혹은 웅장한 알프스산맥을 배경으로 하는 웨딩은 상상만 해도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하지만 핀터레스트 속 아름다운 사진들을 보며 부풀었던 로망은, 막상 견적서를 받아 들고 벤더(웨딩 관련 업체)들과 이메일을 주고받기 시작하면 곧바로 현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한국의 '스드메' 패키지나 뷔페식 웨딩홀 시스템에 익숙하다면, 장소 대관부터 포크 하나, 냅킨 한 장까지 직접 결정해야 하는 뉴질랜드의 DIY(Do It Yourself) 웨딩 문화가 다소 막막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성공적인 뉴질랜드 웨딩을 위해서는 첫 단추를 잘 끼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 첫걸음인 비전 설정, 예산, 그리고 타임라인에 대해 깊이 있게 알아보겠습니다.
비전 설정 (Vision): 우리는 어떤 결혼식을 원하는가?
본격적인 예약을 시작하기 전, 두 사람이 마주 앉아 '어떤 분위기의 결혼식'을 원하는지 밑그림을 그리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뉴질랜드의 웨딩은 크게 세 가지 형태로 나뉩니다.
엘로프먼트 (Elopement): 신랑 신부 두 사람, 혹은 주례와 증인 등 5명 미만의 극소수만 모여 대자연 속에서 진행하는 프라이빗한 결혼식입니다. 헬기를 타고 산 정상에 올라가 서약을 맺는 '헬리 웨딩(Heli-wedding)'이 대표적입니다.

마이크로 웨딩 (Micro Wedding): 20~30명 내외의 직계 가족과 정말 가까운 지인만 초대하는 스몰 웨딩입니다. 하객들과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며 여유로운 식사를 즐길 수 있어 최근 가장 사랑받는 형태입니다.

전통적인 키위 웨딩 (Traditional/Grand): 40~120명 이상의 하객을 초대하는 대규모 웨딩입니다. 오후 3시경 본식을 시작으로 칵테일 아워, 코스 요리 디너, 그리고 늦은 밤까지 이어지는 애프터파티(댄스)로 구성됩니다.

예산 (Budget): 선택과 집중의 미학
비전이 정해졌다면 가장 현실적인 문제, 바로 '돈'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뉴질랜드에서 80명 규모의 평균적인 웨딩을 진행할 경우, 일반적으로 $30,000 ~ $50,000 NZD 정도의 예산이 소요됩니다.
예산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베뉴 및 케이터링 (식대 및 주류): 전체 예산의 40~50%
포토그래퍼 & 비디오그래퍼: 15~20%
플라워 및 데코레이션: 10~15%
드레스, 수트, 헤어/메이크업: 10%
기타 (주례, 음악, 청첩장 등): 10%
뉴질랜드 웨딩 준비의 핵심은 '선택과 집중'입니다. 모든 항목에 최고급을 고집할 수는 없습니다.
두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 3가지를 정하세요.
평생 남는 사진이 가장 중요하다면 포토그래퍼에게 과감히 투자하고 데코레이션을 간소화하세요. 하객들의 즐거움이 1순위라면 밴드와 프리 드링크(오픈 바)에 예산을 할당하고 다른 곳에서 비용을 절감하는 식의 지혜가 필요합니다.
⚠️ 주의할 점 (숨은 비용 찾기):
가든이나 농장 등 맨땅을 빌려 텐트(Marquee)를 치는 웨딩은 저렴할 것 같지만, 화장실, 발전기, 테이블, 바닥재 등을 모두 렌트해야 하므로 완성된 베뉴를 빌리는 것보다 오히려 예산이 초과될 수 있습니다. 또한, 공휴일(Public Holiday)에 결혼식을 올릴 경우 벤더들의 15% 서차지(Surcharge)가 붙는다는 점도 잊지 마세요.
타임라인 (Timeline): 마음에 들면 당장 디포짓을 걸어라
뉴질랜드의 벤더(베뉴, 포토그래퍼, 메이크업 아티스트 등)들은 공장처럼 하루에 여러 팀을 소화하지 않습니다. 대부분 하루에 오직 한 팀의 웨딩만 진행합니다. 따라서 내가 원하는 날짜에 특정 벤더를 예약하려면 철저한 시간 싸움이 필수입니다.
웨딩 성수기: 뉴질랜드의 웨딩 시즌은 날씨가 따뜻하고 해가 긴 1월~3월입니다. 11월~12월, 4월도 인기가 많습니다.
골든 타임라인: 성수기에 인기 있는 와이너리 베뉴를 원한다면 최소 12개월에서 18개월 전에 예약을 마쳐야 합니다.
[추천 웨딩 타임라인]
D-18 ~ 12개월: 하객 수 확정, 예산 수립, 베뉴 계약 (가장 중요!), 인기 포토그래퍼 및 주례 예약
D-12 ~ 9개월: 웨딩드레스 투어 시작, 케이터링 확정
D-9 ~ 6개월: 헤어/메이크업 아티스트, 플로리스트 예약, 브라이즈메이드/그룸스맨 의상 결정
D-6 ~ 3개월: 청첩장 발송 (한국 등 해외에서 오는 하객을 위해 비행기표를 끊을 수 있도록 일찍 알리는 것이 좋습니다), 세부 식순 기획
D-3 ~ 1개월: 메뉴 테이스팅, 매리지 라이선스(Marriage Licence) 신청, 최종 점검
웨딩 준비의 첫 관문인 비전, 예산, 타임라인을 탄탄하게 세웠다면 이미 절반은 성공한 셈입니다. 뼈대를 세웠으니 이제 합법적인 부부가 되기 위한 법적 절차를 준비할 차례입니다.
다음 2편에서는 뉴질랜드에서 법적 효력이 있는 결혼식을 올리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매리지 라이선스(Marriage License) 발급과 주례(Celebrant) 섭외 방법'에 대해 상세히 다루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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