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혜원 · 문학동네
바람은 차겠지만 툇마루에 배를 깔고 엎드려서 놀 만은 한 11월의 오후 볕이다. 아이는 크레파스로 달력 뒷장 하얀 종이에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몽땅 그린다. 수염이 까끌한 아빠 얼굴, 하나뿐인 단짝이지만 생각만큼 잘 그려지지는 않는 강아지 돌돌이, 그리고 티라노, 티라노사우루스! 크리스마스를 앞둔 주말에 상점에 들른 아빠는 점원의 추천으로 아이가 그린 공룡과 똑 닮은 장난감을 샀다. 이제 이 선물을 잘 숨겨서 일주일 동안 들키지 않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