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연금, ‘감당할 수 있나’보다 지속 가능한 노후가 핵심

뉴질랜드의 고령화가 빨라지면서 뉴질랜드 연금(NZ Superannuation)의 재정 부담을 둘러싼 논의가 커지고 있다.
출산율은 낮아지고 기대수명은 길어지면서 일하는 사람 1명당 부양해야 할 은퇴자 수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면 연금이 국내총생산(GDP)과 정부 재정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커질 수밖에 없다.
재무부가 현행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검토하고, 니콜라 윌리스 재무장관이 뉴질랜드 연금에 대해 ‘성숙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배경이다.
하지만 이 문제를 단순히 “뉴질랜드가 연금을 감당할 수 있는가?” 또는 “수급 연령을 65세에서 올려야 하는가?”라는 질문으로만 접근해서는 해법을 찾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왔다.
핵심은 미래 세대가 감당할 수 있는 비용으로 국민에게 적절하고 존엄한 노후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라는 것이다.
주택정책도 사실상 노후정책
뉴질랜드 연금의 실질적인 가치는 은퇴 후 주거비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과거에는 65세가 될 때 자신의 집을 소유하고 있고, 주택담보대출도 대부분 갚은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집값 상승으로 주택 구입 시기가 늦어지고 대출 상환 기간이 길어지면서 앞으로는 은퇴 후에도 상당한 주거비를 부담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주택 구입 부담을 낮추는 정책은 장기적으로 은퇴 비용을 줄이는 정책이기도 하다.
반대로 연금을 줄이면서 은퇴자의 주거비 부담은 그대로 둔다면 정부가 결국 주거보조금이나 기타 복지 지원을 더 많이 부담하게 될 수도 있다.
키위세이버 확대도 해법 중 하나
개인이 은퇴 전 충분한 자산을 쌓아두면 정부 지원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이에 따라 키위세이버 납입률이나 고용주 부담금 등을 높이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다만 이 역시 비용이 따른다.
근로자의 부담금이 높아지면 가계의 당장 쓸 수 있는 소득이 줄어들고, 고용주의 부담이 커지면 임금이나 기업 비용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세제 혜택을 확대할 경우에는 다른 세금으로 부족분을 메워야 할 수도 있다.
특히 소득이 낮거나 불안정한 사람들은 키위세이버를 충분히 쌓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키위세이버 자산이 충분히 늘어나면 미래 정부가 연금 제도를 조정할 수 있는 여지가 커진다. 개인의 노후 자산이 많을수록 정부 지원을 줄였을 때 다른 복지제도로 비용이 이동할 가능성도 낮아지기 때문이다.
NZ 슈퍼펀드도 중요한 변수
NZ 슈퍼펀드는 미래의 연금 비용을 미리 준비하기 위한 제도다.
현재 납세자가 자금을 출연해 투자하고, 자산을 불린 뒤 미래 정부가 이를 활용해 늘어나는 연금 비용을 일부 충당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미래 납세자의 부담을 걱정한다면 현재 세대가 미래 비용을 얼마나 미리 부담할 것인지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
특히 슈퍼펀드는 투자수익에 세금을 내고 있다. 이 글에 따르면 슈퍼펀드는 2026년 약 12억 뉴질랜드달러의 세금을 납부했으며, 이는 정부가 같은 기간 펀드에 출연할 예정인 금액보다 상당히 큰 규모다.
만약 이 돈을 펀드 안에 계속 투자해 연평균 7.2%의 수익을 올린다고 가정하면 30년 뒤 약 96억6000만 달러가 될 수 있다는 계산도 제시됐다.
물론 세금을 없애면 현재 정부가 사용할 수 있는 재원이 그만큼 줄어든다. 결국 중요한 것은 현재 세대가 얼마를 부담하고, 얼마를 미래 세대에게 남길 것인지에 대한 선택이다.
생산성 향상만으로는 부족
생산성이 높아져 뉴질랜드 경제 전체가 더 부유해진다면 고령화에 대응할 수 있는 재정 여력도 커진다.
하지만 생산성 향상 역시 만능 해법은 아니다.
뉴질랜드 연금은 임금과 연동돼 있기 때문에 생산성이 높아지고 임금이 상승하면 정부가 지급해야 할 연금 금액도 함께 늘어난다. 재무부 모델링에서도 생산성 향상만으로 연금의 장기적인 재정 부담을 크게 해결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나타난다.
지난 20년간 뉴질랜드의 생산성 증가율은 연평균 약 0.7%에 그쳤으며, 앞으로도 기후변화와 인공지능, 불확실한 세계 경제 등 여러 변수가 있다.
‘65세냐 67세냐’만으로는 부족
뉴질랜드 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방법은 하나가 아니다.
정부가 제공하는 연금의 수준이나 조건을 조정할 수도 있고, 키위세이버를 통해 개인의 은퇴자산을 늘릴 수도 있다. 주택비용을 낮춰 은퇴 후 필요한 생활비 자체를 줄이는 방법도 있다.
현재 세대가 미래의 연금 비용을 더 많이 미리 부담하도록 슈퍼펀드를 활용하는 방안도 있고, 생산성·고용·경제성장을 통해 미래 세대의 부담 능력을 높이는 방법도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연금을 65세부터 받을 수 있느냐, 67세로 늦추느냐”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노후생활을 보장하면서 그 비용을 세대 간 어떻게 나눌 것인지다.
고령화 문제는 수십 년에 걸쳐 만들어진 만큼 해결에도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논의를 늦출수록 선택할 수 있는 정책의 폭이 좁아지고, 이후 필요한 조정의 부담도 커질 수 있다.
단순한 구호보다 각 정책에 따른 비용과 부담을 함께 따져보는 장기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핵심이다.
출처: The Conversation / RNZ
뉴질랜드 연금 문제는 단순히 “수급 연령을 올릴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은퇴를 맞게 될 사람들에게 정부 지원, 개인 저축, 주거비를 어떻게 조합해 안정적인 노후를 만들 것인지가 핵심입니다.
특히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지, 키위세이버를 얼마나 쌓았는지에 따라 은퇴 후 필요한 정부 지원 규모가 크게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앞으로의 연금 논의도 이런 현실적인 요소들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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