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가 연 한국 우주 시대… 이제는 'K-스페이스' 생태계 구축이 과제

한국의 독자 개발 우주발사체 누리호가 4차 발사에도 성공하면서, 우리나라는 자체 기술로 위성을 우주 궤도에 올릴 수 있는 국가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하지만 세계 우주산업의 경쟁은 이미 '로켓 발사 성공'을 넘어 민간이 주도하는 우주 산업 생태계 구축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정부는 올해 처음으로 우주개발 예산 1조 원 시대를 열었으며, 우주항공청 출범 이후 차세대 발사체와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 등 핵심 사업도 본격 추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제 한국도 개별 프로젝트 중심에서 벗어나 'K-스페이스(K-Space)' 생태계를 구축해야 할 시점이라고 평가한다.

2025년 11월27일 누리호 4차 발사 당시의 모습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정부에서 민간으로… '뉴스페이스' 시대 본격화
세계 우주산업은 정부가 주도하던 '올드 스페이스(Old Space)'에서 민간 기업이 기술 개발과 사업화를 이끄는 '뉴스페이스(New Space)' 시대로 전환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의 스페이스X다. 발사체 개발을 넘어 위성, 통신, 데이터 서비스까지 하나의 산업으로 연결하며 세계 우주산업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한국 역시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변화하고 있다.
1992년 첫 인공위성 '우리별 1호'를 시작으로, 러시아와 공동 개발한 나로호를 거쳐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한 누리호까지 이어지며 우주 기술을 축적해 왔다.
특히 누리호 4차 발사부터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발사체 제작과 조립을 총괄하며 민간 기업이 중심 역할을 맡기 시작했다. 앞으로 예정된 5·6차 발사에서는 발사 준비와 운용까지 민간이 담당하게 된다.
국내 기업들도 우주산업 투자 확대
국내 기업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발사체 생산과 운용 체계를 구축하며 '한국판 스페이스X'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중대형 위성뿐 아니라 초소형 위성 생산 능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우주사업을 미래 핵심 성장동력으로 선정했다.
한화시스템은 저궤도 위성통신과 위성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이노스페이스는 상업용 발사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으며,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는 위성 데이터를 활용한 재난관리와 농업 예측 등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이 밖에도 LIG D&A, 현대로템 등도 위성과 엔진 개발에 참여하며 우주산업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세계 시장은 급성장… 한국은 아직 과도기
글로벌 우주경제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세계 우주산업 규모가 2024년 약 6,130억 달러(약 827조 원)에서 2040년에는 1조 달러(약 1,350조 원)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한국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올해 우주개발 예산은 처음으로 1조 1,201억 원을 기록했지만, 하버드 케네디스쿨 벨퍼센터의 평가에서는 우주기술 경쟁력 세계 13위로 일본(9위)보다 낮았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정부 주도로 핵심 기술 확보에는 성공했지만,
민간 산업 기반이 아직 충분히 성장하지 못했고,
수출 산업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약하며,
발사체·위성·항법 등 분야별 사업이 각각 분리돼 있어 통합된 산업 생태계가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한화, '한국판 스페이스X' 구상… 2040년까지 55조 원 투자 계획
최근 가장 주목받는 움직임은 한화그룹의 우주산업 확대 전략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은 최근 KAI 지분을 11.21%까지 확대하며 우주사업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발사체, 위성 제작, 위성통신, 데이터 서비스까지 연결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우주 가치사슬 구축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한화는 지난 3일 2040년까지 총 55조 원을 투자하는 'AI 우주강국 중장기 전략'도 발표했다.
계획에는 ▲우주발사체 ▲초저궤도 SAR(합성개구레이더) 위성 ▲우주 AI 데이터센터 구축 등이 포함됐으며, 이를 통해 한국의 우주 주권을 강화한다는 목표다.
다만 KAI의 최대 주주가 한국수출입은행인 만큼, 향후 협력 방식과 경영 참여 여부는 정부의 항공우주 정책 방향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발사가 아니라 산업 경쟁력"
전문가들은 누리호 성공은 시작일 뿐이라고 평가한다.
앞으로의 경쟁은 로켓을 한 번 더 쏘는 것이 아니라 발사체, 위성, 통신, 데이터, AI 서비스를 하나로 연결하는 우주산업 생태계를 얼마나 빠르게 구축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한국이 세계 우주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정부 투자뿐 아니라 민간 기업과 스타트업이 함께 성장하는 'K-스페이스' 시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출처: 아시아경제,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시사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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